공무원연금개혁논의가 빠져있는 함정과 공무원노동자의 입장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서 형 택 (2008.04.23)
공무원연금 개혁을 접하는 짧은 생각
공무원연금에 대해 글을 부탁 받거나 또한 공무원연금을 어떤 방식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 공무원노동자인 나는 뭔가 거림직하고 불편하다. 왜냐면 자치 잘못하면 일방적인 매도를 당할 수 있어서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난 2004년 말에 전국의 공무원노동자들이 공무원연금법 개정 동향을 파악하고,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100억의 투쟁기금을 모아 총파업을 했을 때 많은 경험을 했다.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비난받을 일인가 살펴보기로 하자.
공무원연금은 국가나 공무원노동자가 각각 50%씩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만일 정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당사자인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사전 협의를 거쳐야함은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만을 발표한다.1) 사실상 여론 재판을 먼저 받는 공무원노동자 입장에서는 우리의 주장을 펼치거나 진실을 바로잡는데 거의 불가능한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 공무원연금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목적이나 과정상의 문제와 책임은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것을 돈을 기준으로 판단해 버린다. 요즘 살기가 어려워서인지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따져보지도 않고 비난부터 앞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이다. 이점을 이용해 ‘정부는 너무 많은 연금을 지급하여 재정적자로 제도유지가 어렵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이번에도 공무원연금법 개정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평가하자면 2004년도 3,000여명의 공무원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공무원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던 내용보다 더 후퇴한 내용이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친기업가적 정부이다. 이 점을 감안하고 발표된 내용을 보더라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무원제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공무원노동자들의 사기는 안중에도 없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내부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곤란한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의 경우 대부분 모범적인 공무원연금제도가 사적연금제도로 이행해 가는 과정을 겪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당초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한 종합복지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사적연금과는 기본적인 출발부터 달랐다는 사실이다. 만일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 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을 제외한다면 단순히 공무원연금만을 개정할 것이 아니고, 공무원노동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용정책이나 임금정책도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최근 동향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추진은 지금까지 28여 차례가 넘게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수급(연금액)조건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다가 1996년 이후에는 수급조건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공무원노동자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준비된 내용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논의의 핵심에 기득권을 보호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쟁점화 하는 듯하다. 정부의 개혁 방안을 보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확보 및 연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구조 개혁방안이 중심을 이룬다. 역시 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은 거의 보호되지 않고 있다. 정부안의 기본구조를 보면, 현행 공무원연금제도를 기초보장 성격의 공무원연금(1층), 민간퇴직연금 성격의 퇴직연금(2층) 및 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택적 저축계정(3층)으로 구분한 다층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제도발전연구위원회(이하 '발전위')에서는 KDI에서 제기된 다층제를 기본구조로 2007년 1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① 공무원의 비용부담 방식을 현재 보수월액기준에서 과세소득으로 변경2)하고, 비용부담율도 보수월액의 8.5%에서 과세소득 8.5%로 연차적으로 인상하며,
② 공무원연금지급 기준도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에서 전 근무기간 평균과세소득으로 변경하여 지급액을 30%가량 삭감하며,
③ 공무원노동자가 '더 내고 덜 받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퇴직수당제도를 퇴직금제도로 변경3)하고, 신규대상자를 위해 매칭포인트시스템4)의 저축계정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몇 일 전 발전위에서 2차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큰 의미가 없다. 왜냐면 1차 발표안과 별다른 내용이 없으며, 이번 발표안도 공무원연금제도의 기본도입 목적을 고려하지 않았고, 공무원연금 운영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빠져있는 함정(우려)과 문제점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마다 반복되는 함정(잘못)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무원연금제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전에 공무원연금제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이 함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가장 큰 함정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단순 비교하는 많은 연구와 주장이다. 이 함정에 빠져 있는 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합리성을 가질 수 없다.
첫 번째 함정으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무원연금제도가 갖는 차별성(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이 되는 민간부분의 노동자는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적 제한이 적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활동의 폭이 넓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①헌법의 정치적 중립의무 ②공직자 윤리법에 퇴직 후 취업제한과 재산등록 강화로 사생활보호가 약함 ③표현의 자유가 제한됨 ④국가공무원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침해(공무원사적정보공개)가 있음 ⑤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부정 ⑥민간부문의 노동자와 보수차이가 존재하는 점 등등의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많은 제약이 있다.
외국의 대부분 사례처럼 공무원노동자가 겪는 제약을 보상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을 민간부문의 영역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다. 즉 경제중심의 국가운영에 있어서 이제 더 이상 국가나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대 행정은 다양한 사회적 이해의 충돌을 조절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공무원의 전문성, 합리성이 더욱 요구된다. 또한 경제중심의 국가운영으로 발생하는 실업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 정책 추구는 민간영역의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차별성은 더욱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함정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단순 비교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옛 성현 중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차별의 원칙은 '서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했다. 제도 자체가 다른 것을 단순 비교해서 형평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다른가?
①제도도입 목적의 차이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사회보장정책으로 노후의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연금은 사회보장정책(공무원연금법 제1조)+임금보전(동법 제2조)+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인사 정책적 고려 등이 결합된 종합복지제도이다.
②제도 운영상의 차이이다. 국민연금대상자인 민간노동자는 퇴직금을 지급받고 국민연금대상자가 되지만, 공무원연금은 퇴직수당(재직기간에 따라 10-60%)을 받는다. 또한 연금납부 기준도 국민연금대상자는 소득의 4.5%이지만, 공무원연금은 8.5%로 2배 가까이 높다. 여전히 임금도 공무원노동자가 민간 100인 기업과 비교하여 열악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에서 사회보험원리와 부양원리를 명시하여 특수성을 보장토록 한 점이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 자체가 다른 면을 무시하고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예를 들자면, 형평성은 같은 제도 내에 세대 간에 비용부담과 수급액의 형평성을 따지거나, 혹은 소득액이 다른 A와 B에 대한 재직기간 대비 수익률을 분석하여 형평성을 따져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함정으로 공무원연금제도 운영상의 문제이다. 즉 재정악화로 인한 비용부담 가중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재정악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①인구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모든 부문에서 증가하고 있다. 즉 공무원노동자들도 퇴직 후 평균수명이 길어져 연금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는 사회 정책적 접근(정년과 노령자고용 등)이 필요한 부분이지 단순히 어느 분야의 연금수급액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②비용부담 비율의 문제로 정부부담이 적어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국가별 공무원연금의 비용부담률은 일본의 경우 25.6%(공무원 9%), 미국은 32.8%(공무원 7%), 독일은 41.5%(공무원부담 없음), 프랑스는 51.9%(공무원 7.8%), 영국은 12-18.5%(공무원부담 없음), 한국은 8.5%+정부보전(공무원 8.5%)이다.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담률이 너무 낮다. 외국의 경우는 공무원제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추가부담이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 고려에서 당연히 부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③연금급여를 설계할 당시 퇴직 전 직급과 연금급여의 연관성이 높아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공무원노동자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기금체계 운용에 보다 민주적 방식이 도입되어 방만한 운영을 감시하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앞서 살펴본 함정에서 빠져 나와야 진정한 공무원연금제도 유지 발전의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수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주체인 양 당사자(정부와 공무원노동자)가 진정성을 갖고 제도발전을 모색해 나가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꼭 필요하고, 선행되어야 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주장과 대응방안
1997년 이후 관료제의 합리성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 공무원노동자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국민의 행정편의를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의 승진이나 더 많은 예산 확보 등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사회적 인식이 팽배할 시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지배세력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냉소적이고 적대적이다.
정부는 관료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공공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공공관리정책이 만능은 아니다. 행정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행정은 공공정책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의 공익을 담당하는 기능을 한다. 행정은 역사적 제도적으로 본질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내부 저항을 불러와 올바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운영을 돈을 기준으로 경제성의 개념에만 집착하는 것 자체가 국가운영을 포기하는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 제도뿐만 아니라 국가의 체제형성 및 그에 따른 공무원의 위상을 정립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개선정책을 마련하는데 이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복지국가의 역사는 공무원에게 우선 베풀어지는 사회적 보호 수준이 전 국민에게 확대 적용되는 과정을 겪었다. 즉 공공부문의 좋은 제도가 민간부문에 이전되어야지 오히려 소득이 약화되는 제도를 거꾸로 강요하는 정책은 타당성이 없다.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공부문의 개혁을 고려함에 있어서도 여전히 역사적 제도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은 단순히 우리의 밥 그릇 만을 위해 투쟁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정책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공익을 지켜나가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가적 정부에 맞선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집단적 투쟁으로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설득해 나갈 것이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공무원연금을 줄여서 남은 재정으로 기업을 위해 세금을 감면한 부분에 재정을 충당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월급을 받아 어려운 살림에 높은 교육비 내고 살아가는 공무원노동자의 희생을 자본가에게 던져 주겠다는 생각을 우리가 고쳐 놓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 세상에 눈을 떠야 할 때다. 경제를 살린다는 얄팍한 속임수에 더 이상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살려준다는 그 경제는 잘 사는 자본가를 살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쇠고기 수입에서 보듯 자국의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음을 확인하였다. 공무원노동자들이 총 단결해서 부당함에 맞서 공동 투쟁해 나갈 것이다.
1) 2007년 12월 14일 정부와 공무원노동단체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에 공무원연금은 개정시 교섭하도록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정부의 개정안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공무원노동조합 단체의 교섭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2) 보수월액은 기본급+정액수당, 과세소득은 기본급+정액수당+기타수당이며, 보수월액은 과세소득의 65%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3) 근로자퇴직급여보장에관한법률에 의해 일반노동자는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재직연수를 곱해서 퇴직금을 수령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공무원노동자의 경우 전 근무기간 평균임금에 재직연수를 곱하는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노동자보다 30%정도 적은 금액의 퇴직금을 수령하게 된다.
4) 일종의 보조금제도로 신규대상 공무원노동자가 1%를 내면 정부도 1%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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